제5호_ "자연의 색과 상생을 꿈꾸며..."
- 작성일
- 2007.05.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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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색과 상생을 꿈꾸며..."
완연한 봄입니다. 여기저기 앞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의 숨소리에 생명이 넘치고 나무들은 땅속의 물을 제 몸에 길어 오르니 라고 바쁜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생명의 계절임을 느끼게 됩니다. 춥고 길었던 겨울의 침묵을 뒤로하고 자연은 인고의 산통을 통해 또 한번 우리에게 새로운 새싹들의 향연을 눈부시게 가져다주겠지요. 우리 같이 염색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자연의 부름에 순응하며 곱디고운 천연의 색들을 맞이할 때가 되었습니다.
본디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색깔들은 오만하지 않으면서 겸손으로 자기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모든 것을 수용해내는 힘을 지닌 듯 합니다. 거기에는 서로가 소통하고 배려하는 공존이 있음입니다. 천연 염색이란 이름으로 물들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자연의 색을 만나고 있으면 언제나 자연의 넉넉한 포용력과 질서 정연함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무리 천연염색이라 할지라도 자연은 욕심 사나운 인간이 끝없는 욕망으로 색깔을 탐하면 늘 그 꼴사나운 만큼의 색깔만을 허락해 주지 않는 듯 합니다. 자연과 조화하고 서로가 상생하며 그 품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들립니다. 그래서 욕심 부리지 않은 색은 자연을 닮아간 듯 합니다.
색이 인간 삶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이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돌이켜보면 그런 색의 영향력을 안고 사는 우리의 삶은 어떤 것이던가요. 공장에서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화학염료와 대량생산의 시스템을 구축한 인류는 무차별적으로 인공의 색을 우리 삶 위에 쏟아내었고 이동수단의 발달로 지구 저편 아니 수 백 킬로 떨어진 곳에서 수 시간 내에 유통이 가능한 편리를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속도와 생산력은 우리에게 편리를 가져다주었지만 우리는 그 편리를 얻는 대신 화학염색 폐수로 인한 생태의 파괴와 정서불안 더불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진득함에서 멀리 물러나 있게 하였습니다. 속도 경쟁이나 대량생산된 화학색에 우리 삶이 밀리고 또는 편승해서 가다보니 우리 정신은 삭막하게 피폐해 지고 삶의 여유 또한 점점 사라져 버렸습니다.
색의 원형적인 힘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색은 여전히 그것의 힘을 상실하지 않습니다. 색과의 능동적인 접촉은 심지어 냉담한 현대인에게 까지도 극도로 극적이며 완전히 압도적인 힘을 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색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화학적인 색으로 겹겹이 무장하고 포위당한 채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우리의 염색 문화는 우리 강산에서 얻어진 천연염료를 이용하여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 강산에서 나는 자연의 색이 우리 민족의 심성과 정서에 어떤 영향을 주었냐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 강산의 자연의 색과 우리 삶이 닮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터입니다.
그동안 천연염색 문화의 전통이 계승되지 못하고 발전논리와 대량생산이라는 미명의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단절되는 뼈아픈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빤듯하고, 쉽고, 가벼움으로 변하면서 우리는 유구한 천연염색문화의 전통과 자연의 색깔들을 잃어 버렸던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에서 결코 포기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잃었던 것을 새롭게 복원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전통 색을 다듬은 염색인들의 소명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할 줄 압니다. 지난해 다행하게도 우리 지방에 천연염색을 보급하고 문화를 새롭게 창출 할 수 있는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이 설립 되었습니다. 천연염색 문화의 메카를 꿈꾸며 힘찬 비상을 시작한 것입니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은 천연염색에 대한 사명의식으로 많은 염색인들과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지는 자리에는 자연의 색깔로 인해 서로의 삶이 열리고 상생의 미학을 공유하는 대 자연의 넉넉함이 있을 것입니다. 은은한 깊이를 가진 자연의 색처럼, 이 강산에 찾아오고 있는 봄날의 희망처럼.......
(재)나주천연염색문화재단 이사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