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청바지 대체 '쪽바지' 세계화가 꿈
- 작성일
- 2012.04.24 15:17
- 등록자
-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 언론사명
- 보도날짜
- 조회수
- 6160
“아직은 전수조교, 즉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국제화와 현대화를 추진할 만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 세울 것입니다. 그게 바로 청출어람 아니겠어요?” 한때 혼수품 1호였던 ‘쪽물 들인 이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쪽 염색의 맥을 잇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染色匠) 기능보유자 정관채(鄭官采·53)씨는 전남 나주의 보배 같은 사람이다. 2001년 43세에 국내 최연소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정씨는 2009년 나주시가 ‘쪽 염색산업’을 시(市) 전략사업으로 지정하면서 존재가치가 급상승한 것. 나주엔 전국에서 유일한 천연염색문화관이 있다.
“쪽과의 만남은 운명 같습니다. 6·25 이후 합성염료가 보급되면서 맥이 끊긴 쪽 염색 전통을 살려 보라고 인간문화재란 말을 처음 썼던 민속학자 예용해 선생이 어렵게 구한 쪽씨를 목포대 미대 재학 중 은사였던 박복규 현 성신여대 교수를 통해 전달받은 게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영산강이 굽이쳐 여름철만 되면 강물이 범람하는 나주의 적잖은 사람들은 예로부터 벼농사보다는 쪽 농사를 생계 수단으로 삼았다. 고온다습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습지식물인 쪽을 재배하는 데는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늘 쪽물 들인 이불을 덮고 쪽물 들인 치마를 입으시던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쪽 염색 기능을 익힌 것도 운명이었다.
![]() |
염색장 정관채씨가 쪽물을 들여 천 년을 간다는 감지에 쓰인 병풍을 설명하고 있다.<iframe style="WIDTH: 500px; HEIGHT: 48px" noResize marginheight="0" src="http://p.lumieyes.com/frm2.asp?domain=news.segye.com&url=http://p.lumieyes.com/frm2.asp?domain=news.segye.com&url=http://www.segye.com/Articles/RedirectArticleView.asp?aid=<%=request(aid)%>&cid=" frameBorder=0 marginWidth=0 scrolling=no align=center></iframe> |
“단절 기간이 짧았고, 어머니를 비롯해 기능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어렵지 않게 사라질 뻔한 쪽 염색 기능을 복원하게 됐습니다. 아쉬운 건 저는 자연염색 청장(靑匠)·홍장(紅匠) 중 쪽을 이용한 청장 쪽만 하지만 누군가 붉은색을 내는 홍장도 복원했으면 합니다.”
물론 명맥이 끊겼던 쪽 염색을 재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해야 했다. 재료 준비에서 시기, 발효 온도, 희석 비율 등 10여 가지 조건을 맞춰야 했다. 더욱이 수요가 줄어 쪽 염색만 갖고는 생계도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짬 나는 대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하늘을 숭상하고 음양오행 사상을 숭배하는 우리 민족의 색’이라고 평가받는 쪽빛을 재현한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기능보유자 정관채씨가 항아리에 가득 담긴 쪽풀을 당그레로 휘젓고 있다. |
“쪽풀을 베고 항아리에 담아 당그레질을 하는 용출 작업은 다행히 방학 때인 여름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 천연염색 시장 규모 3조∼5조원 중 나주가 300억∼400억원을 차지합니다. 쪽풀 농사도 벼농사보다 두세 배 수익률이 좋습니다. 서양에서 들여온 청바지를 대체하는 ‘자연의 색’ 쪽바지를 만들어 세계화시키는 게 꿈입니다.”
정씨에겐 요즘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황모씨가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천연염색협회가 특허출원한 ‘쪽을 이용한 섬유의 천연 염색 방법’이 지난 4월 특허등록되었기 때문. 정씨를 비롯해 전국의 천연염색가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보편적 방식이 특허권자에게 귀속돼 염색행위를 할 때마다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중요무형문화재 염색장 공개행사 때 제가 가감 없이 공개하고, 저의 저서에 나와 있는 것을 단지 계량화·수치화했다는 이유로 특허를 인정했다는 것이 어이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무형문화 특허권 주장을 원천 방지하고, 전통지식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가 소유로 관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