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만난사람]전통차 `돈차 청태전’ 펴낸 허북구 박사
- 작성일
- 200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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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이만난사람]전통차 `돈차 청태전’ 펴낸 허북구 박사
“시간만 나면 녹음기와 막걸리 들고 헤맵니다”
최근 책 한 권이 발간됐다. 차 자생지에 사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옛 기억과 증언을 토대로 잊혀진 한 전통차를 되살린 책.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우리 전통차 `돈차’를 발굴, 복원한 `1000년 신비의 전통차 돈차 청태전’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장흥, 해남, 강진 등 전남지역 차 자생지 곳곳을 바지런히 훑고 다니며 녹음기와 막걸리로 어르신들의 희미해진 기억을 붙든 이가 있다. 허북구(45) 농학박사다.
박용서·이미경·유현희 씨 등의 차 연구가와 함께 책을 준비하며 `10년전에만 조사했더라도 좀 더 정확하고 폭넓은 증언들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컸다는 허 박사. 미처 책에는 다 싣지 못한 아쉬움과 다양한 뒷이야기를 듣고자 그를 만났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으로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주 나주 천연염색문화관을 찾았다.
“누군가 해야 되는 데 안하니까”
“돈차를 접하면서 서둘러 조사하지 않으면 돈차(청태전)을 만들어보고 음용해본 분들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하리라는 절박감이 생겼습니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것들도 그냥 그렇게 없어져 버리죠. 너무 안타깝잖아요. 전남 남해안 지역의 여러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찾다보니 책이 나오게 됐네요.”
사실 그는 책을 내기 위해 돈차 연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돈차를 복원해 상품화하는 포장과 유통 부분의 용역을 맡게 되면서 돈차에 대해 조사하게 됐다.
“누군가 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나라도 하자라는 심정으로 하게 됐죠. 70~80세 어르신들을 만나뵙지 않거나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없어져 버립니다. 나중에는 절대 되살릴 수 없는 문화들이 잊혀져 가는 것이죠.”
돈차란 찻잎을 떡처럼 찧어 엽전 모양을 만든 덩어리차(고형차)로 차문화 종주국을 자처하던 중국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차문화를 세계화한 일본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차다. 찻잎을 채취해 시루에 찐 다음 이를 구멍 뚫인 엽전 모양으로 만들어 ‘돈차’라고 불린다.
그는 식물에 대해 연구할 당시의 ‘비비추’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채록 작업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해인사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인이 전문서적에도 나와있지 않는 비비추 이름 유래를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비비추를 먹었는데 독성이 있어서 ‘비비서’ 씻어 먹었단다. 씻어서 먹어야 독도 없고 맛있어서 ‘비벼서 먹는 채소’ 비비추(비비치) 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식물도감과 전문서적에도 나와 있지 않는 잊혀질 뻔한 귀중한 내용을 듣게 된 것. “이런 분들 돌아가시면 이런 내용을 알 길이 없어요. 발로 뛰어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죠. 시간이 가면 사라져버리니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해요.”
5년간 30권 책쓰기는 새벽 3시 기상 덕
사실 그의 전공은 원예 이용이다. 최근 근대 염색문화에 관심을 갖아 ‘신비한 발효감물 색깔있는 감물염색 쉽게 배우기’ 등의 저서를 내고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에 몸담고 있지만 원예가 그의 진짜 전공이다.
광양 출신으로 순천대학교 원예학과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뒤, 목포대학교 원예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원예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원예경제신문사 편집국장 등을 지내며 우리나라 원예 사업 발전에 크게 일조했다. 현재 목포대학교 생명과학부 원예과학과 강사 및 원광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겸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에게 염색과 돈차도 결국 원예 이용의 한 분야다. 천연염색은 식물의 색소를 이용하는 것이고, 돈차도 차 잎의 성분과 맛을 이용한 것이다.
“없는 거 가지고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발굴해 세상에 내놓고 그것 자체를 상품화하고 이런 과정들이 필요해요. 하나에 그치지 않고 조사하고 연구하다보면 다양한 발전과 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단순한 상품이 아니고 문화를 곁들인 전통과 문화가 혼합이 돼있는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단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허북구’라는 이름이 눈에 익을 것이다. 현재까지 그가 쓴 서적만 40여 권. 최근 5년간 30권의 책을 썼다. 올해만 해도 5권의 책이 나왔다. 압화 야생화 도감, 나무도감, 돈차 청태전, 참다래 서적 등. 연구논문도 250여 편 정도에 달한다. 연구만 전문으로 하는 이들도 하기 힘들 수준의 분량이다. 이처럼 그가 저술에 열심인 이유는 잊혀져 가는 농촌 문화가 안타깝기 때문이다.
최근 돈차는 일본 최대 녹차 산지인 시즈오카에서 열린 ‘세계 녹차 콘테스트 2008’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며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자들조차 돈차의 존재를 모르거나 잘 못 알고 있는 등 그 존재자체가 잊혀져 가고 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 너무 안타까운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보통사람이 일년에 5권정도 책을 읽는데 5권의 책을 썼으니…. 책벌레이거나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터. 하지만 그는 TV 연속극도 즐겨 보고 아이들과 오락도 하는 평범한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단다. 단, 그가 5년간 30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습관 때문이다. 어린 적부터 집안 소일거리로 새벽일찍 일어나 새끼를 꼬았는데 그것이 습관이 됐단다.
“새벽 3시에 일어나면 오롯이 4시간 정도를 개인 시간으로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새벽 시간은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시간대입니다. 이 시간에 주로 논문이나 책을 씁니다.”
“농촌 희망이 있다”
현재 나주에 살고 있는 그는 시골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채록할 수 있는 것은 각 분야별로 다 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농촌관련 분야는 차근차근 다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항암, 항균, 항산화 등 생리활성 연구를 주로하는 그는 이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들도 추진하고 있다. 풍습이나 유습들을 조사하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 이런 작업을 통해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농촌의 소득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돈차를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킨 장흥의 돈차 청태전이다.
“하나의 문화를 잘 상품화 하면 엄청난 소득이 되고 자원이 되며 크게는 세계화까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만들 수는 있어도 뿌리는 없지요. 모양이나 맛 이상의 전통이자 뿌리인 조상들의 혼이 담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것이죠. 지방마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그런 것들을 찾으면 가능합니다.”